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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문화광" 논쟁(2005. 2. 18)

"문 화 광” 논쟁 

                                                                          박 철 언(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한글대로 읽으면 광화문이다. 서울의 중심부인 광화문 네거리에서 북악산 쪽을 바라보면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이 우뚝 서있다. 지금 그 광화문의 현판이 문제다. 오는 8월 15일 광복 60주년을 맞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쓴 광화문의 현판을 떼어 낸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조선 22대 국왕인 정조대왕의 글씨들을 여기저기에서 모아 새로운 현판을 만들어 달 계획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우리사회가 시끄럽다. 다른 사람도 아닌 문화재청장의 공식발표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여전히 진보적인 문학평론가에 불과했다면 그가 무슨 말을 하던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과 이른바 ‘코드’를 같이하는 우리나라 문화재정책의 최고책임자이다. 그런 그가 마치 ‘운동권 학생들의 퍼포먼스’를 공연하듯 하는 장면에서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해 말부터 상당히 바뀐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에 ‘올인’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미세하나마 경제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가보안법 처리를 두고도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진보그룹의 적지 않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관료출신 교육부총리를 임명했다. 또 대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전진적인 자세를 보이자 재계가 반색을 하며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심심찮게 돌출 한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앞장서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어야 할 인사들 중에는 노 대통령의 변화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아니면 손발이 안 맞아서인지 모르겠으나 괜 시리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직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지나간 과거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대통령 주변인사 들의 엉뚱한 말과 행동은 모처럼 만에 형성되기 시작한 “이제 다시 한번 해보자”는 국민들의 의욕을 무참히 꺾을 뿐이다. 대통령의 주변에서 이런 저런 딴 이야기들이 나오면 국민들은 “지금 당장은 어려우니까 작전상 후퇴하는 거야?”라며 대통령의 진심을 의심하게 된다. 의심은 불신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에는 “에이, 그러면 그렇지...뭐 달라질 게 있겠어!”라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넓은 마음과 깊은 눈으로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 역사는 한 가지 얼굴이 아니다. 어느 시대의 역사에도 긍정적인 측면과 잊어버리고 싶은 과오도 함께 있는 것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신념이 틀리다고 해서 마치 정복자가 점령국을 태워버리듯 행동해서는 안 된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유구한 것이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한 짧은 기간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한 세력이 마음대로 휘저어서는 결코 안 된다.

1960년대 후반부터 10년간을 중국을 휘몰아쳤던 문화혁명 기간 중 비림비공(批林批孔)을 외치며 공자의 사당을 두들겨 부셨다고 공자의 정신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21세기 들어서도 그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자신들의 믿음과 다르다고 세계최대의 마애석불인 바미얀 불상을 파괴했다. 그렇다고 바미얀 지역주민들의 불심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지난 1월 2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1.8%가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경제성장 등 잘 한 면이 더 많다”고 답했고, 15.6%의 응답자만이 “독재, 인권탄압 등 잘 못한 점이 더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81.8%의 응답자들이라고 권위주의 시절 가슴 답답했던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총체적으로 내가 좀 더 잘 살 수 있게 되었고 나라가 이 만큼 성장한 것을 사심 없이 인정하는 것뿐이다.

이제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은 정말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선장이 방향을 정하고 가는 데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진정 역사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국가경영에 매진해야 한다. 오늘 지난 역사에 먹칠을 하면 훗날 나의 역사도 먹칠 당하는 것이다. 역사는 끊어지지 않는다. 다만 소라의 등 껍데기 마냥 반복되며 조금씩 나아갈 뿐이다.

왜 ‘문화광’인가? 우리나라 현판의 대부분은 한자로 쓰여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 나간다. 한자의 원리에 매달려 읽으면 ‘문화광’(門化光)이다. 그러나 광화문의 현판은 한글이다. 그러니 왼쪽에서부터 읽은 한글의 원리로는 ‘광화문’이다. ‘문화광’이던 ‘광화문’이던 그것을 가지고 다툴 일이 아니다. 증요한 것은 그것을 무어라 부르던 광화문은 광화문일 뿐이기 때문이다.

* 박 철 언 : 한반도통일문화재단 이사장
                한빛산악회 고문
                시인,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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