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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독선과 위기의 대통령제를 바꿔야(2004.12.15)

대구경북발전포럼 7호 (2004. 12)                 

                      독선과 위기의 대통령제를 바꿔야 

                                                                         박 철 언(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2004년이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는 참으로 혼란스럽고 안타까웠던 한해였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소추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비록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행정수도이전 문제를 두고 국론이 두 동강나다시피 했고 아직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은 2,000억 달러를 초과했다고는 하나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성장률은 둔화되고 각종 경제지표는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마치 이번이 아니면 또 다시 기회가 없다는 듯 ‘4대 개혁입법’과 기업인들의 목을 죄는 ‘6대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입수능시험에서의 대규모 입시부정으로 교육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민족과 한반도의 운명이 직결되어있는 북핵문제의 해법을 두고는 한․미간에 계속적인 마찰음만 들릴 뿐이다. 이 정권은 북핵문제를 푸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호언장담만 하고 있을 뿐,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여전히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배가 바다가 아닌 산으로 올라갈 판이다. 우리사회의 혼란과 분열상을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오늘의 어려움은 우리가 한번은 겪어야 할 그러나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정이라는 것이다. 1945년 해방 후 우리나라는 민족상잔의 전쟁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또 개발독재의 압축적 성장전략으로 서구 선진국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근대화를 이루어 내었다. 그러다 보니 21세기에 이른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정상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어차피 과도기적 전환기를 거쳐 제대로 된 민주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겪고 있는 전환기의 진통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친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한다. 사실 오늘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엄청난 분열과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대통령중심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기형적이고 황제적인 대통령중심제하에서 대통령 한 사람의 독선과 아집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종합선물세트’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 죽어가는 소리로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자 대통령과 집권당의 태도가 돌변했다. 노골적으로 반대세력을 청산되어야 할 ‘수구반동’, ‘반(反)개혁적인 골통’으로 몰아 부치고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토론과 타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다.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자 집권당 인사들이 ‘헌재를 탄핵해야 한다.’고 상식이하의 발언을 내뱉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이미 유아독존의 황제가 되어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어떠한 견제장치도 없는, 아니 견제장치를 풀어버린 대통령제는 ‘총통제’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는 국가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결국 국민들의 권익도 지켜지기 어려운 것이다.

얼마 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2007년의 대통령 선거와 2008년의 국회의원 선거가 연이어 있는 이번에야 말로 내각제 개헌을 시도해봄직한 절호의 기회이다. 원론적으로 내각책임제가 보다 민주적인 제도라는 데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그 동안 내각제로의 개헌을 반대했던 여러 가지 이유들도 대부분 해소되어있다.

첫째, 보수세력과 진보세력간에 팽팽한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다. 보수세력의 본산이라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진보인사들이 상당하여 ‘무지개 정당’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 정도다. 둘째, 국민들 의식의 변화이다. 요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서 주민소환제니 리콜제니 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려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대통령에게만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지에 대한 반성이다.

이제는 더 이상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인식과 결정 때문에 국가의 운명이 요동치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여야가 정치적 합의만 이루어 내면 내각제로의 개헌은 충분히 가능하다. 각 정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들도 굳이 내각제 개헌에 반대할 이유도 없다. 자신들의 정치적 꿈보다는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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