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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과연 우리는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가?

한빛회보 8월호 시론

               과연 우리는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가? 

                                                                 박 철 언(한빛산악회 고문)


지난 달 두 차례에 걸쳐 탈북주민 468명이 입국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단위로 북한을 탈출한 후 중국과 베트남으로 이어진 험난한 여정을 거쳐 남쪽 땅에 발을 디딘 것이다. 공항에 도착한 이들의 얼굴은 <이제는 살았구나!>하는 안도감과 부푼 희망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들의 미래가 과연 보랏빛 꿈으로만 가득할 것인가? 이들보다 앞서 북한을 탈출하여 남쪽 땅에서 생활하고 있는 5천여 명 탈북주민들의 삶을 보면 결코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코리안 드림을 위해 탈북

과거 북한 땅을 탈출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핍박과 박해를 피해서 남쪽 땅을 향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 상당수는 정치적 이유보다는 보다 나은 삶과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다시 말해 <코리안 드림>을 이루어 보고자 목숨을 걸고 남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쪽 땅이 과연 그들에게 <기회의 땅>인가? 지금 우리는 북녘 땅을 떠나 온 그들에게 공평하고 타당한 <기회>를 주고 있는가? 보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5천여 명 탈북주민 대부분은 우리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려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탈북 주민들의 2세, 특히 청소년들이 엄청난 환경변화에 따른 문화적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북한주민을 자유시민으로 교육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일>이나 북한주민의 남쪽으로의 <대량유입> 문제는 먼 훗날의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그런 가운데 남북문제를 감상적 차원에서 접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어떠한 이유에서든 북한을 탈출한 수만, 수십만의 유민이 남으로 밀려들어올 수 있다. 또 남과 북의 합의아래 어떤 통합의 과정을 진행한다고 할 때 우리는 수백만, 수천만 명의 북한주민을 감당해야만 한다. 그럴 경우 우리는 어떻게 이들을 새로운 체제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민으로 양성할 수 있겠는가?

2002년도 남한의 1인당 GNI(실질국민총소득)가 10,013달러인데 비해 북한은 남한의 1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762달러이다. 북한 주민들이 북한 땅에서 배운 기술이나 지식 심지어 간단한 경제상식조차도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무용지물(無用之物)에 불과하다.

지금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외치고 있으나 막상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북한 주민들이 밀려들어왔을 때, 우리는 흔쾌히 우리의 일자리 일부를 내어놓고 우리 소득의 일부를 떼어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지금 우리사회가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조선족 대하듯 해서는 안 된다.


통일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자세 필요

1990년 10월 3일 통일을 이룬 독일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일에 따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후유증은 경제력의 감소이다. 그러나 보다 큰 후유증은 아직도 독일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서쪽 사람은 우등국민, 동쪽 사람은 열등국민이라는 편견이 서로를 가르고 있는 데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독일은 너무도 갑자기 통일을 맞이하는 바람에 통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나, 우리가 이를 교훈 삼아 통일관정 전반을 관리하며 준비해나간다면 한민족웅비의 새로운 전기도 마련할 수 있다.

통일의 준비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비록 현재 우리나라가 IMF환란위기 이후 7년째 1만 달러의 덫에 걸린 채, 높은 실업률과 경제력 저하로 허덕이고는 있으나, 민족통합을 위해서 내 것을 조금은 양보할 수 있다는 긴 안목과 너그러운 자세를 갖추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같은 맥락에서, 지금 당장 우리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5천여 탈북주민들에게 조금 더 깊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자칫 자포자기하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에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일은 정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뜻있는 시민들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3각 협력 체제를 갖추어 추진해 나간다면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철언 고문 : (사)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한국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
시인,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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