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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대통령의 시계(2004. 6. 18)

[한빛회보 6월호 시론]


                대통령의 시계 

                                                                      박 철 언(한빛산악회 고문)


지난달 미주한인문화체육진흥재단의 초청으로 보름 남짓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바라보는 조국의 모습은 국내에서 볼 때보다 훨씬 더 위태로워 보였다.


한미동맹관계의 본질적인 변화

주한미군 3,600명의 이라크 차출에 이어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한미간 충분한 의견조율 없이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정을 전제로 한 얘기라고는 하나, 앞으로 한미연합군이 인도주의 작전뿐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평화유지군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미8군 사령관의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무슨 구호를 외치듯 자주국방을 부르짖는 감정적인 대응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허둥대서는 더 더욱 안 된다. 냉철하게 국제정치의 큰 흐름을 내다보며 우리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차피 국제정치에서는 모든 나라가 각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국가간 동맹도 양국이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이 자국에 도움이 되었을 때 이루어지고 또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말 동서냉전이 마무리되어 갈 무렵, 우리는 「북방정책」을 통해 전방위자주자존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했던 경험이 있다. 이는 당시의 세계사적 흐름에 적극적,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그 때까지 서방일변도의 외교의 틀을 벗어나 우리가 주도적으로 동구권과 접촉, 수교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우리의 수출시장을 동구로 넓히고자 했던 전략적 접근이었다.

지금 세계는 각자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새로운 21세기 지도를 그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1세기 슈퍼파워인 미국은 자국의 패권유지를 위해 국제질서의 재편을 꾀하고 있고, 그 와중에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집권세력의 대응태세

당랑규선(螳螂窺蟬)이란 말이 있다. 사마귀가 눈앞의 매미를 잡으려는 데만 골몰해 자기 뒤에서 참새가 노려보고 있는 것을 모른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에 빠져 곧 닥쳐올 위기를 모른다는 말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질서, 세계질서의 흐름이 우리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데도 우리의 집권세력은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데 소홀한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 집권세력이 해야 할 일은 국론의 분열을 막고 국민통합을 통해 국력을 결집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민주화타령을 하며 한가하게 명분에 매달리거나 이념투쟁으로 국론분열의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사에서나 세계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념논쟁으로 남는 것은 퇴보와 빈곤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는 또다시 이념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차 농후해지고 있다.

우선 대통령이 연세대학교 특강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집권세력은 여전히 우리사회를 「힘이 센 사람이 좀 마음대로 하자는 보수주의」와 「더불어 살자는 진보」로 나누고 있다. 우리 편은 좋은 편이고 너희 편은 나쁜 편이다. 심지어는 「보수는 별 놈의 보수를 다 갖다놔도 바꾸지 말자」는 말하자면 「악의 축이다」라는 식의 분열적 잣대로 사회를 편가름하고 있다.


3당 합당은 국민통합위한 노력의 일환

지난 5월 29일 17대 국회의원 당선자와의 만찬에서 대통령은 「3당 합당은 민주주의 세력이 쿠데타 세력과 손잡은 반역사적 배신」으로 규정하며 「3당 합당이전으로 복원하여 민주대연합을 이루는 것이 우리정치를 정상적인 상태로 복원하는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지 묻고 싶다. 아직도 1980년대 식 「민주 대 반민주」, 「독재 대 반독재」의 사고로 이 치열한 무한경쟁시대에서 어떻게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1990년 3당 통합 직전의 우리 사회를 생각해 보라. 여소야대의 정국아래에서 양 김씨는 경쟁적으로 선명성 경쟁을 펼쳤고, 거리에는 시위가 그칠 줄을 몰랐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극도의 분열 속에서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이 서로의 공과 몫을 인정하는 새로운 화합의 정치질서를 만들고자 했던 실천적 노력의 하나가 「3당 통합」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상태로의 복원이라는 인식은 「나만이 옳다」는 독선이며, 갈등과 분열을 통해 세력을 유지, 확대하려는 시대착오적 사고에 불과하다.

이제는 선진화세력이 주도해야

말로만 국민통합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국가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국민정신과 「하고자」하는 의욕이다. 이것은 용광로에서 쇳물이 흘러나오듯 국민통합의 노력위에서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지금 집권세력은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 현행헌법이 시행된 1987년 이후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수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정권은 행정권과 의회권력을 다 장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추진력도 또 그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 가지게 된 것이다.

이제는 보다 긴 안목과 넓은 가슴으로 세계사를 바라봐야 한다. 나름대로 시대적 소명을 다한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화해하고 화합하여 위기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을 「선진화 세력」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박철언 고문 : (사)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한국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
                                                                  시인,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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