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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4월은 잔인한 달 (2004. 5. 21)

사월은 잔인한 달 

                                               박 철 언(한빛산악회 고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사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며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2004년 사월은 우리 민족에게 진정『잔인한 달』이었다. 북녘 땅 용천에서는 대규모 폭발사고로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으며, 도시는 폐허가 된 채 아직도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또 4월 말에는 이른바 『중국쇼크』가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중국정부가 본격적인 긴축정책을 표명하면서 우리 금융가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휘청거렸고,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잔인한 사월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보다 겸허하고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불행이든 행운이든 그것이 오기 전에 반드시 어떤 조짐이 한 걸음 앞서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짐을 무시하고 지나치느냐 아니면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느냐에 따라 한 국가나 민족의 흥망성쇠가 갈렸다는 것이 바로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북한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지금 우리사회는 너나 할 것 없이 대폭발사고를 당한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 사회단체는 물론이요 여야 정치권, 심지어는 그동안 대북지원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오던 보수언론조차 대북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정부도 대대적으로 대북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우리 내부에서 남남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던 『퍼주기』논란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집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이러한 북한지원의 움직임들이 마치 연말연시의 불우이웃돕기와 같이 감성적 차원의 일과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과 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민족통합의 전반적인 과정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이를 실천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족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상당 정도 수준의 경제력도 갖추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테러를 지원하는 문제국가로 낙인이 찍혀있는 한 국제사회에서 우리 민족의 통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나라는 별로 없다.

또 북한이 지금과 같이 기아선상의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는 한, 통일이후의 부담 때문에라도 우리 스스로가 민족통합의 주도적 노력을 주저할 지도 모른다.


통일과정전반을 우리가 관리해야

지금 북한은 체제붕괴의 두려움 속에서 전전긍긍할 뿐, 그 어떤 변화도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우리가 중장기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민족통합의 청사진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분명한 로드맵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물론 그 대전제는 투명성과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다.

우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해가면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의 우리 동포들이 헐벗고 굶주리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북한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빠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북한의 어린이들은 우리의 아들, 딸들과 함께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오늘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을 살피는 일은 우리 후손들의 부담을 그 만큼 덜어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민간기업의 교류와 협력은 그야말로 수익성의 원칙에 따라 기업 자율의 판단에 따라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정권이 기업의 투자사업을 정치적 입장에서 부추긴 결과, 기업은 기업대로 망가지고 정권의 도덕성은 실추되었던 쓰라린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정부차원의 공적인 협력사업은 주변국과의 관계까지를 염두에 두고 포괄적으로 국익을 고려하면서 차분하게 그리고 대승적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중국쇼크-우리경쟁력의 또 하나의 시험대

우리나라는 지난 일사분기 사상최고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몇몇 효자품목을 중심으로 흑자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중국은 우리의 최대수출국이 되었고, 지난 해 우리의 대 중국수출은 47.8%의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단군 이래 최대의 무역흑자를 내면서도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나날이 쪼그라들고 있다. 9년 째 일인당 국민소득 일만 달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원천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기피하면서 재고기술과 물품들을 밀어내기 식으로 수출하는 안이함에 빠졌기 때문에 결국 『속빈 강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허약한 체질의 우리경제가, 더욱이 중국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기업들이 앞으로 중국의 긴축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얼마만큼이나 버텨나갈지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 왜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것인가? 이 또한 이유는 분명하다. 각종 규제 때문에 번거롭고, 사회가 불안정하여 투자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윤이 발생하고 기업하기 좋은 데 투자를 기피할 기업인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결국 투자가 얼어 붓고 민간소비는 극도로 위축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점차 일자리는 줄어들고 고용은 불안해 지며, 급기야는 돈이 돈을 벌면서 『부익부 빈익빈』,『사회 양극화』현상은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다.


경쟁력을 키워야 살 수 있다.

위기는 기회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체질을 강화하고 언제 닥칠지 모를 중국과 일본의 양 방향 압력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의 경제 주체들이 심각한 자기반성과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정치권이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정치권이 하릴없는 이념논쟁이나 당파싸움으로 판을 깨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을 편가름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포용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 기업에게 국가시책에 대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제 노조는 머리의 붉은 띠를 풀 때가 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민노당이 3당으로까지 자리매김하였으니,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자제하고 전체를 생각하는 넓은 가슴을 가져야 한다. 성장 없는 분배는 하향평준화일 뿐임을 통찰해야 한다.

끝으로 이러한 가운데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의 원천은 결국 『인재육성』에 있기 때문이다.

                                                       * 박 철 언 고문 : 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한국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
                                                                             시인,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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