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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아버지의 기도(한빛회보2004.2)

"아버지의 기도"
                              - 2004 첫 산행을 다녀와서 -

                                                                박 철 언 (한빛산악회 고문)

한해의 소망들을 설계하는 2004년 첫 산행은 우리들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뜻 깊은 산행이었습니다.

당초 울진 응봉산을 목적지로 했으나, 출발하면서 흩뿌리던 눈발은 점차 함박눈으로 변했고 계획된 일정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런 중에도 집행부는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목적지를 백암산으로 변경했으며, 결과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멋진 산행이 되었습니다. 신광식 회장과 이재우 산행대장을 비롯한 봉사요원들의 기민한 대처와 헌신적인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걱정했던 눈발은 시산제를 지내는 동안 한빛 첫 산행을 축복하는 서설(瑞雪)이 되었고, 나무 나무에 핀 은빛 눈꽃을 보면서 올라선 백암산정은 말로 다하기 어려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캠프파이어 주위를 돌며 모두가 함께 했던 지신밟기는 그야말로 너와 내가 따로 없는 한마당의 어울림이었습니다. 타오르는 불꽃에 지난 한 해의 묵은 찌꺼기를 함께 태우며 한빛 첫 산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잃어버린 10년”

한빛회원 여러분!

저는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맥아더 장군의 『아버지의 기도』라는 시를 떠올렸습니다. 『원하옵건데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말고, 고난에 직면하여 분투하고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라는 구절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걸어 가야하는 길은 늘 평탄할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고난과 시련이 몰아닥칠 때 얼마나 의연하고 당당하게 그것을 극복하느냐가 우리들의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삶뿐 아니라 국가의 운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나라도 우리의 고향도 좌절과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8년 째 1인당 소득 1만 불의 덫에 걸려 허덕이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경제도 10년 가까이 전국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서 그 기간은 바로 우리들 스스로가 만든 『잃어버린 10년』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일시적 분위기에 휩쓸려 내린 감정적인 판단과 맹목적인 선택이 초래한 결과가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나라 전체로 봤을 때 지난 10년은 이른바 민주화투쟁 세력들이 집권한 기간이었습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근대화 시대를 부정했고 자기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력을 만들기에 급급해 왔습니다.

물론 어두운 과거, 얼룩진 역사는 극복되어야 합니다. 우리 대구․경북 사람들이 주역이었던 근대화의 30년 동안 얼룩도 아픔도 비극도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격동의 우리 현대사는 총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허허벌판에서 나라를 세우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북방정책을 통해 민족자존의 세계외교시대를 열고 남북한 UN동시가입이라는 50년간의 숙제를 풀었습니다.

맹목적 선택은 침체와 체념으로 이어질 뿐

지난 10년 동안 외면과 부정, 단절과 분열이 아니라 근대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보다 넓은 가슴으로 지난 시절 상대방의 공과 몫을 인정하며 대타협하고 화합했었더라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은 엄청나게 달라져있을 것입니다.

우리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7년여를 우리는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듯 무조건적으로 특정한 정당만을 선호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역 일꾼들의 경쟁력은 현격하게 떨어지고, 우리지역은 침체와 체념의 늪으로 빠져들 뿐이었습니다.

이제 나라도 우리지역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섰습니다. 역사는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 잘못을 반복하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깨어나야 합니다. 진정 우리에게 냉철한 판단과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는 오늘입니다.

균형 잡힌 긍정적 현대사관을 가진 사람, 경륜과 진정한 용기를 지닌 인물들에 의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진정 고향을 사랑하고 나라의 발전 속에서 지역의 재도약을 이루어 낼 수 있는 큰 일꾼을 내세워야 합니다.

이번의 기회조차 우리가 살려내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역사의 변방으로 몰리고 말 것이며, 우리지역은 그 변방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역사는 창조적 소수가 이루어 와

한빛회원 여러분!

역사는 한줌도 되지 않는 창조적 소수에 의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이를 뚫어내었고 어떤 시련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면서 말입니다. 이제 우리 한빛회원들이 먼저 거대한 벽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선구자적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저 또한 24년 전 세상을 떠나신 선친께서 제가 남기셨던 “냉철한 지성, 불굴의 용기, 뜨거운 가슴을 지니라”는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며 그 길에 앞장 설 것임을 다짐합니다.

올 한해 한빛가족 여러분 모두가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박 철 언 고문 : 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한국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
                         시인,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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