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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홍수가 나도 정작 마실 물은 없다(2004.1.15)
[대구경북발전포럼 제4회 문화특강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박철언입니다.

참으로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2003년을 보내고, 2004년 새해 첫 문화특강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함께하신 포럼회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먼 길 마다하지 않으시고 흔쾌히 강연에 응해주신 이정섭 선생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오늘 초청강연의 주제는 “이정섭의 인생-그의 먹거리, 그의 예술”입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인사말씀을 음식과 요리에 빗대어 해볼까 합니다.

흔히들 음식은 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합니다. 6․25 전쟁 통의 “꿀꿀이 죽”이 그랬고,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우리의 “비빔밥”이 그렇습니다. 영조대왕이 탕평책을 실시하면서 상징적으로 내놓았다는 그 비빔밥 말입니다.

사회가 안정되고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에는 음식재료도 풍요로워지고 요리방법도 다양해집니다. 그러다보니 음식문화도 한 단계 발전하게 되는 겁니다.

세계사적으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대국들의 음식은 오늘도 여전히 세계를 주름잡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지금 시중에는 지난 한해를 두고 “밥이 입으로 들어오는 지, 코로 들어오는지 모를” 그런 한해였다고들 합니다.

그렇습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2,000억불을 수출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서민들의 하루하루는 더욱 더 고달파졌습니다. 마치 홍수가 나도 정작 마실 물은 없는 꼴이지요.

국민들의 눈에서 눈물을 씻어줘야 할 정치권은 “측근비리다, 대선불법자금이다”, “차떼기다, 판갈이다”하면서 서로 손가락질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 95년과 96년, 당시 여당이 천억 원의 안기부 자금을 빼내어 선거를 치른 것을 놓고 재판중인데, 최근에 밝혀진 사실입니다만, 당시 칼국수만 자시던 대통령이 주었다는 겁니다.

이야말로 고양이에게 곳간을 맡긴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더욱 가관인 것은 바로 그 정권 밑에서 부스러기라도 챙기면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시치미를 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시중에서는 여․야정치권을 놓고 “비린내 나는 생선과 썩은 냄새나는 생선이 서로 잘 났다고 싸우고 있다”고 까지 하겠습니까?

우리 고향의 실정은 더욱 더 참담합니다. 지역생산은 전국최하위이고 실업률과 부도율은 전국최고입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대구경북이 자신감을 잃고 구심점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이것저것 묻지 않고 지난 7년 동안 한 곳에 통째로 주방을 맡겨놓았더니, 아무것도 안 해 놓고 제 배만 채웠다고 말입니다.

이제는 우리들의 힘으로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운명의 여신은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왔다가 창문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나서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능력도 없으면서 연장 탓하고, 재료 탓하는 요리사 같은 인물은 안 됩니다. 진정한 용기도 없이 마치 구들장군 안방에서 용쓰듯 툭하면 칼자루나 내던지고, 밥그릇이나 내팽개치는 요리사 같은 그런 사람은 안 됩니다.

우리 대구․경북이 주역이 되었던 지난 근대화의 역정에서 우리가 무엇이 있어서 그 같은 역사를 이루어 내었습니까? 오로지 “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진정한 경륜과 용기에 바탕 한 “역동적 리더십”을 세워 피폐한 고향과 어지러운 나라를 바로잡고, 다시금 역사발전의 주역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2004년 새해가 “정말 국민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좀 더 잘 살 수 있고, 우리 고향이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전환점이 되는 그런 한해”가 되도록, 이 자리의 한분 한분 모두가 결연히 나서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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