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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한빛산행 한해를 마무리하며-

                                                                              박 철 언 (한빛산악회 고문)


지난 11월 21일, 101차 한빛산행이 있었습니다. 벅찼던 100회 산행을 마친 후의 첫 산행이라 모두가 조금은 설렘과 흥분 속에 대둔산을 올랐습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대둔산의 선홍색 단풍은 깊어가는 가을을 안타까워하듯 더욱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만추의 정취에 빠졌던 우리는 산입구의 ‘동학농민혁명 항쟁전적비’앞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더 이상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했던 무능한 정부에 항거하는 민초들의 처절한 절규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굴종을 거부하며 불꽃같이 사라져간 26명 마지막 동학도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11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오늘의 모습을 돌이켜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2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59개월만의 최대흑자로 미국, 일본, 중국, EU등 선진국의 호황에 힘입어 8개월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홍수가 나도 정작 마실 물이 없다”고 청년실업율은 10%에 육박하고 파산을 눈앞에 둔 신용불량자는 36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반도체, 무선통신, 컴퓨터를 앞세워 수출은 증가하고, 400조원이 넘는 자금이 시중에 흘러 다니고 있으나, 삶의 무게에 찌든 서민들의 고달픈 하루하루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더욱 더 열악해지며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외국의 자본들은 투자를 꺼리고 기업들은 몸을 움츠리고 있습니다. 건전한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소비부문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왕성한 투자와 건전한 소비 없이 계속되는 수출흑자는 마치 모래위에 탑을 세우는 것과 같이 위태롭기만 합니다.

경제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성장해 가는 것입니다.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함께 나눌 수 있는 ‘분배의 문제’도 ‘일자리’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정권을 담당한 사람들은 마치 먼 나라에서 왔는지, 대통령은 “한국만큼 희망이 있는 나라는 없다. 과거 정치대결이 심했을 때도 경제가 위축된 일이 없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사회 안정을 책임져야 할 장관은 현악4중주의 연주에 맞추어 점심을 즐기고 있습니다. 불법폭력시위를 단속하는 경찰관에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며 볼트새총까지 쏘아 젊은 공권력 집행자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도심이 마비되어도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여유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또 어떻습니까? SK로부터 받은 100억원 불법선거자금이 들통 나고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비자금이 줄줄이 드러나 전전긍긍하던 차에,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하자 이를 빌미로 단식투쟁이다, 등원거부다, 의원직사퇴다 하며 민생을 내팽개쳤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하고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막아서라도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고 치부를 덮으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구태정치라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대통령이 인기에 영합해서 불법농성현장을 찾아가 그들을 격려하는 감성적 처사는 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일입니다. 누가 ‘강자에게는 국법의 준엄함을, 약자에게는 법의 온정을’베풀 줄 몰라서 그런다는 말입니까? 대통령은 나라의 중심입니다. 때로는 눈물을 머금고 대의를 위해 소아를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라와 국민들 위한 진정한 사랑이 중요합니다. 일시적으로 인기에 영합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진정 나라가 잘 되고 국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겨울산행을 떠나며 우리가 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겨울이 와 흰눈이 내리고 나서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는 옛 성현의 말씀이 아닐런지요.

한빛가족 여러분!
이제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2003년을 훌훌 털어버리시고, 그래도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벅찬 마음으로 2004년 새해를 맞이하십시다.

항상 건강하시고 한빛가족 여러분과 주변의 모든 분들의 하시는 일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박철언 고문 : 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한국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
                시인,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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