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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나의 어머니 (순수문학신서101-한국순수수필대표선집, 35쪽-38쪽

어머니"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찡해오고

                                                                                     청민(靑民) 박철언(朴哲彦)

"철언아, 소변보고 들어 가거래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시험, 사법시험 등 큰 시험 때마다 어머니는 내가 친구들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현장에 함께 따라다니시다가,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시던 말이다. 긴장된 시험 중 소변 때문에 답안을 제대로 쓰지 못할까봐 노파심에서 하신 말씀이다.

매섭게 추운 겨울, 어머니는 그때만 해도 흔치않던게 독서실인지라 동네와 좀 떨어진 산비탈에 세워진 가건물의 독서실까지 밤길을 걸어 따뜻한 도시락을 날라다 주셨다. 사법시험 준비하느라, 경북 영천군 은해사 운부암에 몇 달 기거하는 동안 무더운 여름볕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대구에서 밑반찬을 마련하여 한시간여 산길을 그렇게 자주 오르내리셨다.

내가 정치현장에 있을 때는 숱한 사찰과 노인정을 다니시며 또 달리는 택시 안에서도 가장 열심히 애쓰는 홍보요원이셨다.

어머니는 안동 김씨 가문의 당(堂)자, 한(漢)자 어른으로 올해 88세이시다. 내가 10년 전 정치보복을 당해 1년 4개월 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아들을 위해 백일기도 드리다가 평상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 것말고는 아직도 비교적 건강하시다.

20여 년 전 대구 노인대학 부회장에서부터 17년째 할머니회 회장을 맡아 하시고, 지금도 적십자 할머니 봉사단장 일을 하시고 있다.

지난 달, 노인대학의 요청으로 "백세노인시대를 위한 노인의 길"이란 주제로 이틀동안 3차례 90분간씩 특강을 한 일이 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의 강의 장소까지 세 번 모두 오셔서 줄곧 불편한 의자에 앉아 계시고서도, 아들의 승용차에 함께 타기를 사양하고 동네 노인들과 어울려 처신하시는 우리 어머님이시다.

세상에 어머니와 가깝지 않는 아들이 어디 있겠는가 만은 6형제 중의 차남인 나와 어머니는 유달리 친한 사이다. 고향집을 떠나 있을 때가 많은 나는 자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목소리 들어보니 감기 끼가 있구나, 약은 먹었느냐? 대학병원에서 특별히 조제한 약이 있는데, 보내주마. 니(너)는 내(나)하고 체질이 같으니 내한테(나에게) 잘 듣는 약이 니한테도 맞다."

고향에 가면 빠짐없이 어머니 집을 찾는다. 구십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언제나 곱게 화장하시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들을 기다리신다. 그리고 직접 부엌에서 아들의 식탁을 준비하며 정성을 다 하신다.

행여 너무 바빠 방문이 늦어지면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다.
"바빠도 밥 때 글러지(놓치지)마라. 식사 약속 애매하면 언제라도 집에 오너라. 니 잘먹는 칼치굽고 묵은 김치도 있다. 서울 가기 전에 얼굴 볼 수 있겠나?"

어머니는 아들 얼굴빛만 보아도,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몸 상태나 기분의 흐름을 꿰뚫어 아신다. 30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 아내보다도 더욱.
"왜 얼굴이 그렇노? 기분 나쁜 일 있나? 마음 크게 먹어라. 시간이 해결한다."
"너무 피곤해 보인다. 병날라(병날지 모르니), 쉬어가면서 해라. 이거(이것) 특별히 만든 우황청심환인데 먹어볼래? 안 먹으면 드링크라도 한병 해라. 이거는 카페인 안 들었다 카더라(하더라)."

지난 어버이 날이었다.
"엄마. 건강은 어떤가요?"
"내(나)야 이제 그렇고 그렇다. 걱정 마라. 나이가 있지 않나."
"엄마! 100세까지는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아이구, 늙어서 그렇게 오래 살아 머하노(뭐 하느냐). 니(너) 크게 되는 거만보고 죽어야지. 그때까지는 내가 도와야지."
"엄마! 채소, 과일 많이 드시고, 운동 많이 해야 합니다."
"강의 들으러 봉사단에 나가고, 자연보호운동 한다고 휴지 주우러 다니는 게 고작이다."
"엄마, 오늘은 목소리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요?"
"그래, 감기 끼가 오래가서 몸이 무겁더니 오늘은 좀 낫다. 니(너) 목소리 들으니 기분이 좋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자식의 운명은 늘 그 어머니가 만든다."고 했다. 나는 뚜렷하고 명확한 삶의 형상을 어머니를 통해서 배워 왔다.
아까운 것 없이 다 내어주고, 나의 어떤 허물에도 절대적인 내 편이 되어주는 어머니, 항상 지켜주고 격려해 주는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다. 어머니는 모든 사랑과 자비와 용서와 동정의 원천이다.

누군가가 "어머니"라고 말하는 소리만 들어도, 내 가슴은 찡해오고 우리 엄마 생각이 머리에 차 오른다.
어머니,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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