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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본말이 뒤바뀐 '3불정책' 논쟁(대구경북발전포럼 2007년 4월호)

본말이 뒤바뀐 ‘3불(不)정책’ 논쟁

                                                                                                       박 철 언
                                                                                           건국대학교 초빙교수
                                                                                           전 체육청소년부장관

‘대입 본고사 안 된다, 고교등급제 안 된다, 기여 입학제 안 된다’는 ‘3불(不)정책’을 폐지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우리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지난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우리정부에 ‘3불 정책’의 폐지를 권고했고, 얼마 전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3불 정책’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펄쩍 뛴다.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3불 정책’ 논쟁은 각기 그 밑바탕에 철학적 논거를 깔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신자유주의적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 존속을 주장하는 측은 평등주의적 철학, 엄밀하게 말하면 자유주의와 대비되는 민주주의 철학에 바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으나, 두 주장이 원체 그 철학적 바탕이 다른지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공통의 분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논쟁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각 대학들의 학생선발권을 확대하느냐, 아니면 여전히 교육부가 통제하는 힘을 갖느냐를 놓고 벌이는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욱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진보적 성향의 교원단체·시민단체와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학부모단체들이 마구 뒤엉켜있는데 있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있을수록 그 기본원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교육은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한 양질의 노동력을 배출하고, 건전한 사회공동체를 지탱할 건강한 시민을 만들어내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다.

그렇다면 ‘3불 정책’이 이와 같은 교육 본연의 기능과 임무에 효과적인 수단이냐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옹호하는 측에서는 ‘3불 정책’을 폐지하면 학생들의 입시부담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공교육은 파탄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에서는 ‘3불 정책’은 분배적 평등주의에 빠져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한다.

국가의 경쟁력은 바로 교육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력을 강조한 나머지 내부의 균열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밖으로 남고 안으로 밑지는 우스운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국가정책이든 ‘인간의 본성’을 무시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즉 자식들의 교육을 두고는 물불을 안 가리며 ‘내 자식만은’하는 부모들의 이기심은 분명 나쁘다. 그렇다고 이를 법으로 규제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정책은 공정한 룰을 만들고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어차피 경쟁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경쟁에 어른들이 끼어들면 반칙이다. 반칙이 난무하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그 경쟁의 장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현실은 어떤가? 몇 십 년째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이미 학교는 학원과 과외에 지친 학생들이 잠시 쉬는 장소로 전락해가고 있다. 사교육을 막아보겠다는 교육당국의 다짐은 번번이 무참하게 무너졌다.

이제, ‘3불 정책’도 근본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경쟁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학생들은 전 세계의, 특히 선진국의 학생들과 벅찬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평준화 형’ 교육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개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헌법의 정신에 따라 ‘능력에 따라’, 물론 부모들의 경제력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본인의 학습능력에 따라 경쟁력과 인성을 계발하는 그런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학부모들이 대학입시 제도를 놓고 박이 터져라 싸우는 것은, 사회에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 그곳 한군데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경쟁에 어른들이 개입하여 온갖 반칙과 편법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관문을 여러 군데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계 마다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대학 본고사의 부활, 고교등급제 논란의 근원인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고교입시를 부활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기여 입학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제화의 큰 흐름 속에서 어차피 교육시장은 개방될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부유층 자제들은 해외유학을, 심지어 초·중학생까지도 떠나고 있다. 그렇다면 정원 외로 최소한의 비율을 정해서 기여 입학을 허용하고, 기부금은 투명하게 운영하여 가난한 수재들에게 장학금 등으로 지급한다면 ‘윈-윈’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기여 입학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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