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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DJ방북의 의도와 전망

DJ방북의 의도와 전망

                                                                                      박 철 언


지난 6월 21일, 당초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추진될 예정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북한방문이 전격적으로 연기되었다. 김 전 대통령 측에서는 방북연기의 이유를 ‘돌출상황’이라고 밝힘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으로 인해 조성된 긴장국면 때문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미 1994년의 ‘제1차 북핵위기’ 때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을 만남으로써 북핵위기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했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연기의 원인은 보다 근원적인 이유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서 그 동안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있었다. 첫째는, 과연 북한이 진심으로 김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둘째는, ‘개인자격’으로 방북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통일방안이나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덜컥 합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였다.

비록 이번의 6월 방북은 무산되었으나, 방북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고 연기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와 같은 우려와 갈등은 재현될 여지가 다분하다. 현재의 북한 미사일 문제가 어느 정도 원만하게 해결되면 김 전 대통령의 방북문제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제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과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해 분명히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방문은 당초 북한이 세 차례에 걸쳐 초청했었고, 남북한 교류와 협력의 차원에서 김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방북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분명한 한·미·일의 입장과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정책을 지키는 가운데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고 촉진하는 순수한 차원의 것이어야 하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에게 남한 답방을 촉구하는 의미에 국한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합의한다던가, 남북정상회담의 추진을 위한 숨은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특정인의 개인적인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 다급하게 추진되어서는 더 더욱 안 되다. 또 어떠한 형태이든 뒷거래가 있어서는 한반도에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파멸의 그림자를 드리워 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그리 마뜩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철도이용을 고집하는 김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을 북한 군부가 정면으로 반박하는 데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김 전 대통령 개인의 입장에서야 ‘6·15정상회담’의 구체적 결과물인 복원된 경의선을 타고 평양을 방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군부가 완강하게 철도이용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철도이용을 고집한다면 우리의 총제척인 대북협상력도 떨어질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필자의 경험으로도 북한의 철도사정은 그렇게 좋지도 않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의 철도는 대부분 단선(單線)인데다 대부분 낙후하여 실제 기차가 시속 40킬로미터를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필자가 1985년 10월 16일 전두환 대통령의 전권을 위임받은 남북비밀회담 수석대표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의 전용기차로 개성에서 평양까지 논스톱으로 달려도 3시간 7분이 걸렸다. 고령에 지병까지 앓고 있는 김 전 대통령에게는 무리일 수 있다. 현재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남북한직항로도 6·15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니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순리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은 개인차원의 방문다운 규모여야 한다. 김 전 대통령 측에서는 당초 특별수행원, 의료지원단, 정부지원단, 기자단 등 90명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방북단 규모가 180명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90명의 방북단 규모는 자칫 ‘행차’로 비쳐질 수 있다. 참고로 1994년 6월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때에는 부인 로잘린 여사와 손녀딸 그리고 몇몇 보좌관과 경호원이 수행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넷째, 통일논의보다는 평화정착이 우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권력정치는 냉엄한 현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게 되면 동북아시아의 핵무장은 물론이요, 세계적으로도 경쟁적으로 핵개발의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것이고, 세계유일의 패권국가인 미국으로서는 그 같은 상황을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끝까지 핵을 고집한다면 미국은 남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북한정권을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는 지도자이다. 그것은 아마 김정일 위원장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게 된다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전하고 북핵문제가 한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현 참여정부 모두가 업적주의, 성과주의에 함몰되어 어떤 새로운 합의를 만들겠다는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현재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도 그렇고, 이미 종반기에 접어든 현 정권을 상대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번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추진이 사실상 북한의 거듭되는 후속협상 지연으로 인해 연기된 데에서도 그와 같은 북한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퇴임한 남한의 전직 대통령에 대해 ‘한번 오셔서 쉬었다 가시라’는 정도의 의례적 차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초청했을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와 김 전 대통령 측 모두 들떠서 너무 앞서 가는 것을 보고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북한 미사일 문제가 어느 정도 수습의 가닥을 잡는다고 해도, DJ측이 현재 입장을 고수하는 한에는, 올해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내년에 우리나라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2008년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큰 진전이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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