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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선무당의 진실규명 소동(대구경북발전포럼 2005년 12월호)

“선무당의 진실규명 소동” 

                                                                                                              박 철 언
                                                                                 (사)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정말로 참담한 심정이다. MBC ‘PD수첩’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연구결과의 진위여부를 밝힌다며 연구원들에게 협박과 공갈, 회유를 통해 취재했음이 드러났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난 상태가 아니라 조심스러우나, 비전문가인 방송사가 황 박사의 ‘사상 초유의 놀라운 연구결과’를 검증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 같은 대형 사고는 예상되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인슈타인 박사의 ‘상대성 이론’을 두고 어느 잘 나가는 대학생이 “혹시 상대성 이론이 엉터리일지 모르니 내가 한번 검증해 보겠다”고 나선 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황우석 박사팀의 연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고, 세계줄기세포허브로서 21세기 첨단산업을 주도하려는 당초의 청사진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러한 우리 내부의 내홍(內訌)의 와중에 생명공학(BT)부문에서 우리나라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몇몇 선진국들은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다. 자칫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식의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탄식할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았다”고.

이와 함께 또 하나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벌써 걱정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위원회의 책임자인 송기인 신부의 “통일방해세력인 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남과 북이 먼저 손을 잡아야 한다”는 편향적 역사관이나, 대통령이 추천한 김동춘 상임위원의 “한국 현대사는 청산되어야 할 세력들이 권력을 잡아서 거꾸로 양심세력을 완전히 거세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기억을 조작해 온 역사”라는 이분법적 역사관에 대한 비판은 너무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그러나 과거사정리위원회를 출범시킨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냐 보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비전문가들에 의해 우리의 지난 역사가 또다시 왜곡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事實)에 대한 해석적 기록, 즉 사실(史實)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진정한 해석과 평가는 당사자들이 다 사라지고 난 후에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들이 모두 드러나고 난 다음에 후세의 역사가들이 해야 할 몫이다. 물론 그 시대 살아 숨 쉬는 사실들을 직접 경험한 누군가가 진실 그대로를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겨 놓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픈 역사도 자랑스러운 역사도 모두 우리의 역사이다. 오늘 우리 사회는 담담하게 바라보아야 할 우리의 지난 역사를 너무들 자의적으로 또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휘젓고 있다. 그런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 순간 해석을 달리할 뿐이다. 과거를 잘못 해석하여 현재를 오판하면 미래의 희망은 없게 된다. 오히려 지난 역사를 긍정적 눈으로 바라보면서 과거를 거울삼아 현실을 비판하고 미래를 위해 오늘에 충실하고자 노력할 때 미래에 희망이 있게 된다.

물론 바른 역사의 정립을 위해서는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동안 드러나지 못했던, 공권력에 의한 반(反)인권적 사건이나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그 진상을 발굴하여 ‘사실(事實)의 마당’에 진열해 놓아야 한다. 그러나 진상규명이 아니라 역사의 해석을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틀어놓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사건이나 사실(事實)들을 놓고 그를 해석하여 역사적인 사실(史實)로 정리하는 것은 훗날 역사가의 몫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

더욱이 지난 시절 YS정권의 ‘역사 바로 세우기’, DJ정권의 ‘제2건국 운동’에 이은 지금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또한 역사에 대한 또 다른 ‘반달리즘’(문화적 테러)이 아니냐며 그 순수성과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는 진상의 파악과 묻혀있던 사실의 발굴에만 진념해야 할 것이다. 짧으면 4년 길어도 6년을 넘지 않는 짧은 기간에 100년의 역사를 자기의 잣대로 자르고 덧붙이려는 과욕을 부리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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