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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기고]양날의 칼, 국가정보원(영남일보 2005년 8월 31일)

양날의 칼, 국가정보원

                                                                       박철언((사)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고양이를 바보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고양이의 수염을 잘라버리면 된다. 고양이의 수염은 곤충들의 촉수(觸手)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고양이가 깜깜한 밤에도 아무런 장애 없이 다닐 수 있는 것은 다 수염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염이 잘린 고양이는 쥐 한 마리도 못 잡는 무능한 고양이가 되고 만다.

한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체제를 지키는 데 고양이의 수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정보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나라가 다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선진국일수록 정보기관의 운영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15개의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가안보국(NSA)이다. 정보기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중앙정보국(CIA)보다 두 배 가까운 3만8천여명의 요원들이 근무하면서 하루에 30억통의 전화, 팩스, e메일 등을 감청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가정보원이 지난 정권에서 저지른 불법 도·감청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입만 열면 '나는 도청과 공작정치의 최대 피해자'라면서 인권을 부르짖던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에서도 버젓이 불법 도청이 자행됐다는 데서 국민들은 배신감에 분노하는 것이다.
지금 국가정보원의 자체 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그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국민들의 바람이요, 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이상한 역풍(逆風)이 거세게 불어대고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밝히자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그 밑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던 분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주춤거리고 있다. 안 될 이야기다. 지금 국가정보원이 국민들로부터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넘어서, 정권을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1985년부터 88년까지 검사의 신분으로 국가안전기획부장(오늘의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으로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출신인 대다수의 요원들이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묵묵히 일하며 고생하는 것을 봤다. 그러나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정보기관의 특성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전체가 음습한 이미지로 잘못 비쳐져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보기관은'양날의 칼'과도 같다.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또 남북분단의 상황 속에서 정보기관의 중요성은 100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그 칼자루를 쥔 대통령이, 또 특정 정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기관을 사유화하고 악용하려는 데 있다.

지금 국가정보원이 겪고 있는 시련과 고초는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가정보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비장한 각오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국가정보원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성찰을 해야 한다. 또 국민들은 보다 냉정하고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국가정보원을 바라봐야 한다. 지나간 시대의 그 당시의 한계는 도외시한 채 마구 패대기치기보다는 앞으로 국가정보원이 국익수호의 기관으로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대통령과 권력의 마음가짐이다. 국가정보원을 정치적 논리로부터 자유롭도록 놓아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지나고 난 다음, 또 다시 그 오늘이 '진실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되는 불행이 반복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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