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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북핵위기, 우리가 풀 수 있다(2005. 5. 12)

                           북핵위기, 우리가 풀 수 있다

                                                                           박철언 (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미국은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사전경고도 없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북한은 금년 2월 10일 핵무기 보유를 공식선언했다. 최근에는 함경북도 길주에서 핵실험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지하갱도 굴착공사를 하고 대량의 콘크리트를 반입했다. 급기야 5월 11일에는 폐연료봉 8천 개를 다 꺼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대미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이 같은 핵도박을 통해 체제의 안정을 보장받고 경제제재의 해제와 대규모의 지원을 통한 경제개발을 추구하려는 것 같다. 북한의 최대목표는 핵도 보유하고 체제도 보장받는 가운데 대규모 경제지원을 통한 경제개발을 이루는 것이고, 최소의 목표는 핵을 포기하되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받는 것이다.

오늘의 북핵문제의 본질은 동아시아 및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패권전략의 일환으로 봐야한다. 남북관계의 급진전에 따른 한미동맹의 이완에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핵문제를 통해 자국의 헤게모니를 확실히 해두고자 하는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의도와 동기로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하든지 이는 우리 민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의 참화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최우선되어야 한다. 우리가 북한에 대하여 미국·일본과 명백하고 단호한 자세로 공동압박을 가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공조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막후 대화창구 역할을 한국과 중국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민족문제와 국제문제를 분명히 구분하여 접근해야 한다. 식량과 비료, 영·유아를 위한 분유제공 등 인도적 지원문제는 뜨거운 가슴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국제권력정치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차가운 머리로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어정쩡한 태도, 채찍은 없고 당근만 내미는 그런 애매한 자세는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핵 도박의 유혹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핵 도박의 볼모로 잡히는 꼴이 되고 만다.

북핵문제의 교착상태가 계속될 경우, 천만다행으로 전쟁을 피한다고 할지라도 또 다른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흥정의 결과, 김정일 정권을 교체한 후 ‘비핵·친중 정권’을 수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지역이 사실상 중국에 예속되는 것이다. 노루 피하다 범 만나는 격이다.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은 분명하다. 우선 공고한 한미동맹을 복원하는 것이다. 한미동맹관계는 기본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을 방지하는 기본 틀로서 북한의 남침도 저지하지만, 미국의 대북공격도 억지하는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한미동맹관계가 탄탄할 때 미국도 우리를 믿고 가급적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할 것이다.

다음은 북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개설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남북 양측의 최고통치권자의 신임을 받는 ‘밀사’간의 비공개 대화를 통해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는 우리의 의지와 국제권력정치의 비정함에 대해 깨우쳐 주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일본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 체제보장과 한반도형 ‘마셜플랜’을 통한 대규모 경제지원의 포괄적인 타결방안을 끌어내고, 이를 북한으로 하여금 수락하도록 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북한의 국제사회로의 복귀와 개발을 도와야 할 것이다.

오늘의 북핵위기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외교력을 발휘하여 주변 4개국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 가면서 북한을 유도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평화를 끌어낼 경우 ‘동북아에서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나갈 수 있다.

거란의 80만 대군이 고려를 침공했을 때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함으로써 오히려 강동6주를 되찾았던 서희(徐熙) 장군의 지혜로움이 기다려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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