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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지금은 대북 밀사가 필요한 시기(월간 말지 / 2001.12)

2 월간 말지-

지금은 대북 밀사가 필요한 시기

조변석개하는 남북관계, 북한이 완강한 태도를 견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태도는 어떤 것인가. 북한을 21번이나 왕래한 대북밀사 박철언 전 자민련 부총재가 진단하는 오늘의 남북관계.

지난 9월부터 10월 사이에 남북관계는 온탕에서 급냉탕으로 바뀌었다. 북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구구한 추측이 무성했다. 지난 1985년부터 1991년 까지 21번이나 남북을 오간 자타가 공인하는 대북밀사 박철언 전 자민련 부총재.
김일성 주석, 허담 비서부터, 최근 5,6차 남북장관급 회담 대표단장으로 부상한 김령성 북측 민화협 부회장에게 이르기까지 북측의 대부분의 대남 관련 실세인사들을 접촉한 박 전 부총재는 오늘의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한편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그에 이은 정계개편의 가능성에 대한 그의 견해가 궁금하기도 했다. 강남 역삼역 부근의 그의 사무실 복지통일연구소를 찾아간 것은 제6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결렬 직전에 있고 민주당의 내분이 혼미를 거듭하던 지난 11월 13일 오전이었다.

"김 대통령 임기 내에 답방은 없다"
"『말』지와 저는 인연이 많아요. 제가 『말』지를 기대하고 애독하고 있는 이유는 민족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전향적인, 또 진보적인 내용 때문이지요. 예전부터. 『말』지에 상당히 애착을 가져 왔어요."
"지금 6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결렬 직전인데ㆍㆍㆍ." 라고 말을 꺼내자 박 전 부총재는 "참 어떻게 됐답니까." 라고 되묻더니 "아직 최종결론이 나지 않은 걸로 안다"라고 답하자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문을 열었다.
"북한은 대남사업에 있어서 북한 나름대로의 입장과 상황이 있어요.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은 첫째, 김정일 위원장 체제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둘째, 지금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두가지 전제를 가지고 있어요. 또한 경제적ㆍ외교적 고립 속에서 이번 아프간 사태처럼 언제 미국이나 서방이 공격을 가할지 모른다는 심각한 안보 위기의식이 북한을 규정하지요. 이런 세 가지 상황을 전제로 하고 북한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해요."
지금 북한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비상경계조처 해제인데 그 배경에는 어떤 사정이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상대의 사정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과 남북회담의 속도문제와 연결되는 문제이지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는 김 대통령 임기 내에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것을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우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카드는 북한으로서는 가장 좋은 카드예요. 이 카드를 쓰기 위해 북한은 세 가지를 고려하고 있을 겁니다. 첫째, 남한으로부터의 경제적인 지원, 둘째, 북미관계의 개선을 통한 경제상황의 개선, 셋째, 남한의 거국적인 환영분위기를 통한 정치적 효과의 극대화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조건이 현재로서는 모두 전망이 어두워요. 우선 우리 경제가 어렵고 특히 현대가 그렇죠. 둘째, 대 테러전쟁에 미국의 초점이 가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측과의 관계개선을 재촉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셋째, 한국의 김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대북정책 비판론까지 대두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거지요. 단 지금이라도 현 정부가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약속을 한다든지, 미국의 입장이 급변해서 북미관계가 개선된다든지 한국 내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김 위원장의 답방을 대대적으로 환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든지 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상황전개는 1년 내에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는 기자와는 시각 차이가 있다. 대북포용정책을 주창하는 김대중 정부와 남북정상회담을 타결하는 데 3년이 걸렸다.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불투명한 차기정권과 다시 대화를 추진할 부담을 과연 감수할 것인가.
"야당도 대북문제 고뇌 함께 해야"
그렇다면 향후 북측의 대남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북으로서는 이 정권의 남은 기간 동안 답방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최대한 얻는 방향으로 1년을 보낼 것이라고 봅니다. 북미관계에 있어서는 적절한 시점에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봅니다. 아프간 전쟁이 변수인데 이것이 빨리 마무리되면 내년 초에라도 북미관계가 급격히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요. 북한의 전술은 양면적이에요. 표면적으로는 무모하다고 보여질 정도로 강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접촉을 통해 실익을 확보해 나가는 거지요."
결국 문제는 북미관계 아닌가요. 바람직한 한미공조의 방안을 어떻게 보십니까.
"4강에 둘러싸인 반도, 그것도 조그만 나라에서 대통령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이러한 상황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이 자주적인 입장에서 민족당사자주의 원칙을 관찰해 나가려고 하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우방이지만 미국의 국익과 한국의 국익이 일치할 수는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우리의 국익과 입장을 잘 설명해서 대북정책을 수행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어렵지만 주요한 과제지요.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야당도 대북문제, 통일문제, 민족문제에 있어서는 고뇌를 함께 해주어야 해요. 대통령 후보로서 표를 많이 얻기 위한 인기 영합적인 자세는 지양되어야 해요. 미국의 입김이 강하니까 미국의 입장에서의 주문이나 시각에 대권을 희망하는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신경을 쓰고 거기에 맞추기가 십상인 과거사를 보아왔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역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두 가지 초점이 있어요. 하나는 중국에 대한 견제이고, 둘째는 동북아의 비핵지대화예요. 이를 위해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으면서 중국을 견제하게 하는 동시에 중국과 접경인 북한과도 관계개선을 해서 중국에 대한 일종의 견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하지만 남북한이 일정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남한이 강력하게 미국의 입장에 서서 중국을 견제해 주기를 바라요, 또한 대만과 북한과의 관계도 연대가 가능하도록 열어주면서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입니다. 또한 북한이 핵을 갖게 됨으로써 일본도 핵을 갖게 되는 문제를 방지 하려는 것이 또 하나의 전략이지요. 단 북한의 비핵화에 따르는 부담은 한국이 지라는 것이구요. 요약하자면 북한의 비핵화, 북한의 일정단계의 경제적 발전과 미국과의 관계개선, 남북한 간에는 일정한 긴장관계 유지, 이것이 미국의 동북아정책, 대 한반도 정책의 일관된 기조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이 긴장을 완화하고, 장차 평화공존, 통일을 이루지 못하면 우리의 발전가능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이 한계예요. 분단의 극복 없는 선진 아태시대의 주도국 등장이란 것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야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권장악도 중요하지만 민족이익과 국민이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야당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 중에서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지녀야 한다. 너무 끌려다니지 말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지적은 올바른 지적이에요. 그러나 북한에 대해 너무 초강경 입장을 취하고, 북한에 햇볕정책을 취하고 있는 정권에 대해 이념논쟁을 제기하고 색깔이 불그스름하지 않냐고 비난해서 국민을 좌우 이념 대립 상황으로 몰아가는 듯한 그런 일을 지양되어야 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북한 도와야"
야당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퍼주기론이나, 대북 상호주의에 대해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의 대전제예요. 평화통일의 단계가 우리의 방향이라면 자신감을 가지고 북을 도와줄 필요가 있어요. 이미 공산화의 위협은 사라졌다고 봐요. 이제 상대적 우월감과 막연한 피해의식 사이를 불규칙적으로 왕래하면서 대북정책을 갈팡질팡할 때는 지났어요. 또 북을 벼랑 끝으로 몰아서 위기를 조성하는 상황으로 몰아가서는 안 돼요.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대북지원은 좋은데 북에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 즉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와 병력배치문제와 전략적으로 연계해서 해나가야 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는 맞아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남북이 대등한 입장에서 대결하던 냉전시대의 논리지요.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대승적인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취해 간다면 북도 자기 체제가 안정되고 경제가 나아지는데 왜 무력행동으로 나오겠습니까."
최근 조성되고 있는 긴장관계를 북측 내부의 보수파 대 온건파의 갈등론, 또 군부의 입김으로 보려는 시각도 있는 듯한데요.
"그런 예측은 근거가 없다고 봐요.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군이나 당의 이론에 대해 통제하고 장악할 수 있는 충분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북의 통치층은 군, 당, 정부 할 것 없이 이념적 단결이 굉장히 공고합니다. 그런 것을 전제로 본다면 그것은 회담에서의 전술이고, 또 우리 측에서 잘 안되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소재에 불과한 것이지요. 실제 제가 대북비밀접촉을 시작하던 1985년부터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문제에 깊숙하게 개입했어요. 허 담 비서나 한시해 수석대표 같은 이들을 자주 접촉, 지휘하는 상황이었어요."
북이 다시 농성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 결단을 했다고 봅니다. 정치적으로 현상을 유지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한국, 서방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는 최종적인 정책판단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클린턴 정권 때는 북미관계 개선의 급진적이 있었구요. 아프간 전쟁의 여파로 잠시 지체는 있지만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이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면 나갈 겁니다. 북측의 입장에서는 불가 예측성과 불안정성, 불합리성을 가지고 자기의 전술을 수행합니다.
이쪽에서도 갈팡질팡 하지 말고 의연하고 느긋하게 대처해 나가면 되는 겁니다."
밀사로 21번이나 북을 방문하셨는데 당시 만난 북측 엘리트들은 대화상대로서 어땠습니까.
"김일성 주석, 허 담 비서, 한시해 대표는 물론, 요즘 나오는 분들도 인사를 나눈 분들이 많아요. 안병수, 임춘길, 김령성 이런 분들도 만났지요. 역시 한 민족이기에 깊이 파고 들어가면 다 동포애적인 정서가 있습니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셨는데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전 정권의 성과를 무위로 돌리고 매우 악화시킨, 엎치락 뒤치락, 갈지자로 갈팡질팡한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해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은 분명 성과가 있어요. 하지만 이제 대북정책은 국민의 공감대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봐요. 저는 그것을 '화해와 통합을 향한 조용한 걸음의 정책' 이라고 표현합니다. 대북정책을 국내정치에 활용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이제는 7ㆍ4 공동 성명이다 뭐다 불쑥불쑥 발표하는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시대의 좋지 못한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당시 사회에서는 통했지만 지금의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지난 4ㆍ13 총선이 그것을 증명했지요. 정부에서는 이런 점이 조금 미흡했기에 좋은 정책방향을 가지고도 북한을 잘 핸들링 하지도 못했고, 국민과 야당을 잘 설득해서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어요. 이것은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보완 마무리해서 다음 정권에 인수, 인계하느냐가 과제지요. 또한 북에 비해서 남측 인사들의 경험부족도 아쉬운 점이에요."

"영남 신당 가능성 있다"
질문이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 넘어가자 박 전 부총재는 "자신은 이미 정치를 떠난 사람" 이라면 간략하게 언급했다. "3김과 김윤환 민국당 총재를 포함한 4김 연대의 부활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정서상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현재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야기된 민주당의 개혁이 정계개편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영남권 후보가 없다는 지역민의 불만 때문에 차기 총선이나, 대선 후 주도권 다툼을 위해서라도 영남권에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므로 당선가능성이 적은 영남후보가 나온다고 해서 여당의 2중대라는 오해를 국민들이 해서는 안 된다." "영남 신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연대가능성도 있을 수 있고, 향후 대선 구도는 다자구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 지금의 정치상황과 관련해 박 전 부총재의 분석이었다.
끝으로 "지금이 밀사가 필요한 상황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박 전 부총재는 이렇게 답했다.
"책임 있는 고위급 밀사가 남북 간에 조용히 만나서 해결점을 절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개회담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굉장히 형식적이고 엄청나게 비효율적입니다. 지금 상황이야말로 그런 밀사가 필요한 시기이지요. 다만 과거 정권처럼 일정한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이 사적인 비선 라인을 통해 대북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자칫하면 악영향만 끼칠 수 있어요. 대통령의 전권을 위임받은 공직에 있는 사람이 북측 통치권자의 위임장을 받은 사람과 만나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 속내용을 털어놓고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영률 기자 ylpark@ digitalmal.com


 
       

3  인터넷신문(PRESSIAN 인터뷰 / 2003. 10. 2)      관리자 2008/09/02 4681  
2  북핵, 미국은 북한을 선제공격할 것인가" 부산포럼초청 시민강좌 특강(2003. 7. 31)      관리자 2008/09/02 4990  
 지금은 대북 밀사가 필요한 시기(월간 말지 / 2001.12)      관리자 2008/09/02 6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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