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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대통령의 진정한 사랑(영남일보 2003.12. 9)
영남일보 2003. 12. 9(화)

                          대통령의 진정한 사랑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29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1개월 흑자로는 59개월만의 최대액수로 미국, 일본, 중국, EU 등의 호황 덕분에 8개월째 흑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신용불량자는 360만명에 이르고 있다.

반도체, 무선통신, 컴퓨터를 앞세워 수출은 증가하고, 시중에는 40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이 넘치는데도 서민들의 고달픈 하루하루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외국자본들은 투자를 꺼리고 기업들은 몸을 움츠리고 있으며, 건전한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소비부문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왕성한 투자와 건전한 소비없이 계속되는 수출흑자는 마치 모래 위에 탑을 세우는 것과 같이 위태로워만 보인다.

경제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성장하고 ‘일자리의 문제’도 ‘분배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정치상황과 불안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경제는 성장·발전할 수 없다.

오늘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북핵문제, 이라크 파병문제, 한·칠레 FTA비준문제, 핵폐기장 건설 등 시급한 현안들이 발등에 떨어져 있다. 또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지역, 계층, 세대간 극심한 분열양상을 조정·통합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과거 정치대결이 심했을 때에도 경제가 위축된 일이 없다. 한국만큼 희망이 있는 나라는 없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정부는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볼트새총에 젊은 전경들이 피흘리며 쓰러져도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무기력한 모습으로 국민을 실망시켜 온 거대야당은 SK로부터 받은 100억원 불법대선자금이 들통나고,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비자금이 줄줄이 드러나자, 단식투쟁과 등원거부의 극한투쟁으로 국정을 마비시켰다. 민생을 희생시켜서라도 비리를 감추어 기득권을 지키려한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인기에 영합해서 불법농성현장을 찾아가 그들을 격려하는 감성적 처사는 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다.

대통령은 나라의 중심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사랑이다. 나라가 잘 되고 국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노 대통령은 더 이상 너와 나를 나누는 편가름을 해서는 안된다. 감성적·분열적 리더십이 아닌 통합적 리더십으로 국익우선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나라와 국민을 진정코 사랑하는 넓고 깊은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희망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지혜롭고 용기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붙잡아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낸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마음을 모아 함께 이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한다.

박철언<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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