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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고뿔이보약 (영남일보 2004.1.6)

고뿔이 보약

“고뿔(감기)도 잘만 앓으면 보약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말이다. 고뿔, 즉 감기는 더 큰 질병에 앞선 경고 신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만병의 근원인 감기도 적절히 대처하고 잘 다스리기만 하면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는 보약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앓는 것’이냐 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심한 고뿔에 걸려있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가 ‘만신창이’이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중병의 근본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지도층이 시대적 변화와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들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이기적인 행동이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30년 조국근대화’를 통해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이룩했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후 사회 전체가 갈등과 혼돈에 빠져 있다.
지금 정치적 혼란의 근본원인은 여전히 ‘3김 정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데 있다. 너와 나를 나누는 편가르기, 반대만을 위한 반대, 자신들의 기득권은 결코 놓치지 않으려는 아집과 독선이 판을 치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투명성을 높여야 할 기업들은 여전히 지난 시절 정경유착의 달콤함을 잊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들 한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나라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나라 전체의 어려움과 다른 사람들의 아픔은 애써 외면하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얼굴을 바꾸고 목소리를 높인다. “내 것만은” “내 자식만은”하면서 자신의 몫을 지키는 데에는 사생결단하고 있다.

우리 지역을 들여다보자. 지난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800만원으로 전국평균의 65.6%인 최하위이다. “못 살겠다. 바꾸자”는 아우성이 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체념과 무관심 속에 빠져 푸념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성해봐야 한다.

오늘의 시련과 고통은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보약이 될 수 있다. 헤르만 헤세도 “하늘이 절망을 주는 것은 죽으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꽃피우기 위함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2004년 새해는 우리나라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낡은 틀을 깨고 우리나라와 우리지역의 총체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가오는 총선을 그런 기회로 활용하는 유권자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국회의원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경륜과 용기에 바탕한 역동적 통합력’의 새 리더십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 보다 넓은 가슴으로 ‘자제와 화합과 봉사’라는 새 정신(New Spirit)의 불꽃을 피우자. 좀 더 긴 호흡으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우리가 해 왔다’는 자존심을 되찾자. 그래서 2004년을 그동안 나라를 짓누르고 지역을 병들게 했던 것들을 툴툴 털고 일어나 새롭게 출발하는 원년이 되게 하자.

박철언<대구경북발전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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